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라는 일본 만화를 읽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만화는 천재 영화 프로듀서 폼포 씨와 어시스턴트 진의 이야기로 진이 점점 영화감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권 중반에 진이 스튜디오를 독립하여 영화를 만드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회사를 퇴직하고, 영화 각본을 제작하려 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벽에 막히게 됩니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적으려 하지만 벽에 막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지 못하는 저희들과 비슷한 것 같은데요. 이때 폼포 씨가 기승전결이 훌륭하고, 재밌는 이야기 잘 만드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 각본을 기준으로 설명하지만 소설, 만화, 웹툰 등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합니다.
처음부터 개성적인 이야기는 없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전개가 되어버려요.
처음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을 흉내 낸 것 같은 어디선가 본 듯한 전개의 작품만 적히는 것을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하 폼포 씨는 말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거야,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낸 것 같아도 계속 적다 보면 싫어도 개성이 나오게 돼. 만약 완벽한 오리지널 이야기라는 게 이 세계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은 무지한 바보야. 너도 영화감독이라면 기억해둬, 필름에 구워진 창작자들의 영혼은 시간을 넘어 혈통처럼 다음 세대에 계승되어 갈 거야.
이야기를 만들 때 무대×감정부터 시작하자
전혀 안 돼. 개성 이전에 인물이라던가 사건이 사로 따로 놀고 있어.
개성적인 각본을 적을 때 즉 이야기를 만들 때 처음 정하는 건 무대와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왜 무대랑 감정을 먼저 정하고 시작할까요? 등장인물이 아니라. 이에 대해 폼포 씨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등장인물이 등장하는가에 대한 여부가 아닌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과 신념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외에도 병원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슬픈 이야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무대와 등장인물만으로는 이야기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고등학생이라면 상상 가는 이야기는 여럿 있지만 드라마적인 요소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무대를 선택하고, 이야기의 토대와 스타트 지점을 만들어봅시다. 다음은 여기부터 정한 감정을 테마로 이야기의 종착점, 골을 찾아 한결같이 계속 글을 적어나가야 합니다.
이야기의 끝은 정하는 것이 아닌 찾는거다
골(엔딩)을 찾는다? 골을 목표하는 것이 아니고요? 처음부터 골을 정해놓지 않는 건가요?
“그건 꽤나 어려운 부분이네”라고 대답하며 폼포 씨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구성을 만들고, 이렇게 시작해 이렇게 끝내자고 처음 정했을 때는 시작부터 종착점까지 위치 관계가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적기 시작하면 등장인물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상정하고 있었던 길에 무리가 생겨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틀어지며 정해둔 종착점과 멀어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골의 위치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으니 길을 잃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등장인물이 모두 부자연스럽게 골 방향을 향해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어버려 무리한 전개의 바보 같은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그래도,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적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바보 같은 작품이라도 끝까지 적지 않으면 이야기를 끝내는 실력을 향상시키지 못하기에 무엇이든 끝까지 적는 습관은 중요합니다.
반대로 무리한 전개가 발생하지 않도록 종착점을 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적어나가면 이번에는 역으로 골이 없으니깐 이야기를 어디로 진행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꼼짝 못하고 어쩔 수 없으니깐 대충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포장하여 완결시키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렇게 졸작 하나가 탄생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이야기가 막다른 골막에 다다랐다면 처음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바꾸거나 일어나는 이야기의 전개를 바꾸기도 하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십 번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 번이라도 주제로 내세운 감정을 가장 살릴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으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든 계속 반복하는 와중 작은 반짝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순간 반짝 그 이야기의 진정한 골이 떠올랐다면 어떤 형태라도 좋으니 어떻게든 골에 도달합니다. 보였던 빛을 문장으로 구현화시킨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시작점과 골이 이어졌다면 나머지는 마음대로.
굳이 옆길로 비켜 이야기를 부풀려도 좋고, 낭비를 일체 접어두고 속도감을 내도 좋습니다. 혹은 나뭇가지를 달아 이야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어도 좋습니다. 이렇게 기승전결이 훌륭하고,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개성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편 이야기 잘 만드는 법 요약
- 처음부터 개성적인 이야기는 없다.
- 이야기를 만들 때 무대×감정부터 시작하자
- 이야기의 끝은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가장 살릴 수 있는 길을 찾는거다.
3줄로 요약하자면 위와 같은 내용으로 단편 이야기 잘 만드는 방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영화 너무 좋아 폼포 씨는 이 만화가 대단하다 만화 대상에 입상한 스기타니 쇼고의 작품으로 1권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고,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2~3권도 있기 때문에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뒷 배경은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시청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